파리 하루 도보 여행: 70대 엄마가 만족한 완벽한 코스 (feat. 무료 입장)
파리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와 바쁜 일정으로 짧게 머무는 분들 모두에게 이상적인 파리 하루 도보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몽마르뜨, 개선문, 상젤리제, 마레 지구, 노트르담, 생제르맹, 에펠탑까지 파리의 주요 명소를 도보로 즐겨보세요.
이 많은 곳을 하루에 어떻게 걸어 다닐 수 있냐고요? 파리를 처음 방문한 제 70대 어머니도 만족한 일정이니 여러분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에요! 아쉽지만 미술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필수 코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는 하루로는 부족해 이번 여정에서는 제외했습니다.
한 눈에 보는 전체 여정
메트로 1호선 Abbesse역에서 시작하는 오늘 여행은 크게 3개의 작은 코스로 구분됩니다. 첫번째 몽마르뜨 지역, 두번째 개선문과 상젤리제 거리를 탐방하고, 세번째 마레 지구, 노트르담을 거쳐 마지막 에펠탑으로 향하는 일정입니다. 작은 여정 사이는 환승 없이 이용 가능한 메트로나 버스 직행 노선이 있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요.
파리 하루 도보 여행 첫번째 코스: 몽마르뜨 지역 탐방
사랑해 벽, 311번의 고백 타임
메트로 1호선 Abbesse역에서 몽마르뜨 언덕 방향으로 나오는 즉시, 로맨틱한 파리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랑해 벽이 등장합니다. 2,000년에 지어진 40제곱미터 크기의 파란 벽면은 250개 언어로 311번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벽 앞에는 자신의 모국어로 적힌 사랑 고백을 찾는 전세계 여행객들로 분주합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 de Montmartre), 무료 개방
사랑해 벽을 뒤로 하고 사크레퀴르 대성당을 향해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갑니다. 나비고패스(파리 교통 카드)를 보유한 장기 여행자라면 무료로 탈 수 있는 푸니쿨라도 있지만, 하루 여행자인 우리는 피카소와 고흐도 걸어 올랐을 그 길을 따라가봅니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비자틴 양식의 눈부신 외관과 프랑스 최대 크기의 금빛 모자이크 천장화로 유명합니다. 무료로 개방된 성당 앞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성당을 등지고 성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파리 시내 전경은 날이 좋은 날은 물론, 날이 좋지 않은 날도 마냥 좋습니다.
라 메종 로즈(La Maison Rose), 피카소에 이어 에밀리도 다녀간 곳
다음으로 세계적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배회하며 인생작을 탄생시키는데 영감을 준 몽마르뜨 언덕 주변을 거닐어봅니다. 먼저, 사크레퀴르 대성당에서 아브휴브와 가(Rue de l’Abreuvoir) 방향으로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라 메종 로즈입니다. 피카소, 모딜리아니, 에디트 피아프, 알베르 카뮈 등 수많은 명사들이 드나들던 이 로맨틱한 외관의 레스토랑은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등장하며 다시 한 번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인스타 핫플이 되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물랭 드 라 갈레트를 향하여 걷다보면 한적한 주거지 한가운데 시선을 사로잡는 조각품들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Moulin De La Galette), 르누아르 그림 속 무도회가 열린 장소
19세기에는 파리지엥 인싸들의 힙플이었던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현재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르누아르 대표작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의 배경이 된 장소입니다. 지금은 이름만 남고 형체는 없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수백년 전 낭만적인 무도회의 장면이 떠오르는 마법 같은 곳입니다.
물랭 루즈(Moulin Rouge), 잠시 날개 잃은 풍차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 몽마르트르 언덕을 내려오는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여정의 마지막 장소인 물랭 루즈에 도착합니다. 파리 카바레 문화를 대표하는 물랭 루즈는 프랑스어로 “빨간 풍차”를 뜻하며, 그 상징적인 풍차가 특징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풍차가 뭔가 허전해 보입니다. 주인이 바뀐 걸까, 리모델링 중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뉴스를 검색해 보니 며칠 전 밤사이에 물랭 루즈의 풍차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수백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물랭 루즈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이 경험은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물랭루즈 바로 앞 메트로 2호선 Blanche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개선문으로 이동합니다.
파리 하루 도보 여행 두번째 코스: 개선문과 콩코드 광장을 잇는 상젤리제 거리
에뚜알 개선문(Arc de triomphe de l’Étoile)
파리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개선문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의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오늘날 파리의 개선문은 전세계 모든 개선문의 원조인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보다 더 유명해졌습니다.
파리 낭만의 상징이자 명품 쇼핑의 성지, 상젤리제 거리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진 2킬로미터 직선 대로인 샹젤리제 거리는 파리의 낭만을 상징하며, 전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가장 호화로운 거리입니다. 저 멀리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를 이정표로 삼아 30분 가량 유유히 걷다 보면 다음 목적지인 쁘띠 팔레에 도착합니다.
쁘띠 팔레(Petit Palais), 무료 관람
1900년 세계 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이 궁전은 현재 중세부터 르네상스, 인상주의까지 아우르는 회화와 조각, 장식 미술품들을 무료로 공개하는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루브르나 오르세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싸우는 두 여인들의 조각상을 직접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Burning Up” Two Women, Sculpture of the Petit Palais Collections in Paris
다음 여정의 시작인 마레 지구를 탐방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쁘띠 팔레 인근에 있는 Champs-Élysées – Clemenceau역에서 메트로 1호선을 타고 Saint-Paul역으로 향합니다.
파리 하루 도보 여행 세번째 코스: 마레 지구, 바스티유, 노트르담, 생제르맹 거리를 거쳐 에펠탑까지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무료 관람
Saint-Paul역에서 5분만 걸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도착합니다. 이 박물관은 선사 시대부터 중세, 프랑스 혁명, 19~20세기까지 파리의 전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혁명의 생생한 사료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 장면을 묘사한 회화 작품이나 바스티유 감옥의 혁명 전후 모습을 재현한 모형들을 한 번에 만나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입니다.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
카느라발레 박물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1612년 파리 최초로 건설된 보주 광장이 있습니다. 반듯한 정사각형 모양의 보주 광장은 가위손이 다녀간 듯 네모 반듯하게 조경된 나무들과 빨간 벽돌 빌딩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광장 안 잔디밭은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의 일광욕 명소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흔적들, 저택(Maison de Victor Hugo)과 생폴 생루이 성당(Parish Church of Saint-Paul of Saint-Louis), 무료 관람
광장을 둘러싼 건물 중 하나에 빅토르 위고의 생전 저택이 있습니다.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꼽추>의 저자인 빅토르 위고는 문학가이자 프랑스 군주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한 실천적 지식인으로, 프랑스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그의 생가는 무료로 공개되니 놓치지 마세요.
빅토르 위고 저택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생 폴 생 루이 성당으로 이동합니다. 이 성당은 17세기에 지어졌으며,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결혼하는 장소로 등장합니다. 빅토르 위고의 딸이 이곳에서 실제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니 빅토르 위고의 생가 방문 후 남은 여운을 이어갈만한 장소입니다.
바스티유 광장
10분만 더 걸으면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된 바스티유 광장이 나타납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만나고 가세요.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복원 중입니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관광객을 위한 계단식 관람대가 마련되어 있어 아름다운 파사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생제르맹 거리(Boulevard Saint-Germain)
이제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한 시테 섬을 가로 질러 퐁뇌프 다리를 건너면 생제르맹 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몽마르뜨 언덕만큼이나 19세기부터 20세기 파리 예술과 지성계의 사랑방으로 유명합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 부부가 정치적 담론을 나눴을지도 모를 노천 카페에서 저녁을 즐겨도 좋을 시간입니다. 다양한 가격대로 프랑스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모여 있어 예산에 맞는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30유로로 3코스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파리 여행의 끝은 언제나, 에펠탑
이제 파리 여행의 영원한 종착지인 에펠탑으로 이동합니다. 생제르맹 거리에서 86번 버스나 PER C선을 타고 에펠탑까지 이동할 수도 있지만, 센강 강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파리는 5월부터 여름까지 밤 9시 이후로 일몰 시간이 늦기 때문에 낭만적인 야경을 즐기려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센강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잠시 파리지엥이 되어 보는 것은 파리의 랜드마크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하원 앞에 설치된 2024 파리 올림픽을 상징하는 비너스상도 놓치지 마세요.
일몰 후 조명이 반짝이는 파리 에펠탑을 감상하며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이 일정은 계절에 따라 일몰 시간과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해 일부만 다녀와도 좋습니다. 모든 건축물과 장소에 무궁무진한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는 파리는 초행자나 여러 번 방문해본 사람 모두에게 늘 처음 같이 설레는 매력적인 도시니까요!
이상 소개해드린 파리 하루 도보 여행 코스가 누군가의 미래 여행 계획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